[사설] 한수원 이사회가 정부의 거수기 돼선 안 된다

입력 2017-07-12 17:31   수정 2017-07-13 06:53

한국수력원자력이 오늘 경북 경주 본사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일시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를 연다. 정부 의도대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추진 기간 중 공사 일시중단 계획’을 의결할 예정이지만 후폭풍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역 주민들과 한수원 노조가 이사회 원천 봉쇄에 나서기로 했고, 삼성물산 등 시공업체들은 “공사중단의 법적 근거와 보상 기준을 밝히라”며 반발하고 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는 국무총리실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38개월간 심의를 거쳐 작년 6월 승인한 국책사업이다. 이미 1조6000억원이 투입돼 공정률이 28.8%에 달한다. 건설을 포기하면 추가 매몰비용은 1조원에 이른다. 안전 문제나 절차상 하자가 없는 이상 중단이나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 시책에 적극 참여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에너지법 4조 3항을 근거로 한수원에 공사중단 협조공문을 보낸 것은 전형적인 책임 회피이자 ‘악역 떠넘기기’다. 한수원이 공사중단을 의결하면 법적 책임과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한수원 노조가 한수원 이사들을 배임죄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나선 것은 일리가 없지 않다.

정부와 한수원 이사진이 공사중단 후유증을 제대로 헤아려 봤는지도 의문이다. 대형 건설사 소속 직원들이야 그나마 사정이 낫겠지만 1700여 개 협력업체 직원들과 일용직 근로자들의 생계는 막막하다. ‘공론화’ 기간 동안 이들이 받지 못하는 인건비 총액이 약 120억원에 이른다.

절차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공사중단 결정이 내려지기도 전에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한수원을 압박했다. 지난 5일 국내외 60개 대학 공대 교수 417명이 “대통령 선언 하나로 탈원전 계획을 기정사실로 하는 것은 제왕적 조치”라고 공개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수원 이사진은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법적 근거와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한 사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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